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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아챔 광주FC 대 알힐랄 관전 소감.

  1. 경험부족이 컸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이정효 감독도 이렇게까지 개인 기량, 속도, 힘에서 모두 크게 밀린다고 예측하지는 못한 듯. 수치로는 알았겠지만 실제로 맞붙어 본 적이 없으니까. 공격, 미드필더진에서는 어떻게든 패스 워크를 해 나갔고 그 과정에서 몇번 기회를 만들기도 했으나 문제는 수비. 느리고 약한 수비진의 수준에 대해 감독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인다.

  2. 알힐랄은 방심하지 않고 광주의 수비 약점을 분석해 와서 90분 내내 털었다. 아챔 리그 페이즈에서 대량 득점을 하던 팀인만큼 방심 없이 임했다. 제수스 감독이 이 감독과의 악수를 거부한 것을 보면 이 감독의 발언들에 대한 분노도 있었던 듯. 제수스 감독은 유럽에서 인정받던 전술가다. 전술 조직력에서는 우리가 낫다고 발언했던 이 감독은 모든 면에서 제대로 털렸다.

  3. 내려앉았으면 적어도 7 실점은 안 하지 않았을까? 아니오. 세트 피스에서 절대적 약세라는 점을 기억하자. 광주가 라인을 올렸기 때문에 속도전에서 뒤지는 장면들이 나왔지만, 수비적으로 나왔으면 지공 상황에서 기술과 피지컬에서 밀리며 더한 참사를 겪었을 것. 라인을 올리며 맞받아쳤기에 칸셀루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었다. 광주가 알힐랄 상대로 그나마 상대가 되었던 부분은 미드필드였다. 그들에게 공을 내준채 수비를 시켰다면 장담컨데 더 많이 실점했을 것.

  4. 알힐랄이 교체 자원들이 스탯 쌓을 기회를 갈망하는, 스쿼드가 두꺼운 팀이라는 점이 대량 실점을 불렀다. 3대0, 4대0 정도 되면 주전을 빼고 체력과 부상 관리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데, 유럽파 주전들에게 출전 기회를 뺏기던 교체 자원들은 지치고 멘탈 나간 상대에게 득점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경기수가 적은 8강 단판 토너먼트라는 점 또한 광주에게는 악재였다. 알힐랄은 국대 선수가 서브고, 그들은 기회가 오자 체력 조절 같은 거 없이 득점을 원했다.

  5. 결론은, 방심하지 않은 유럽 레벨의 팀에게 광주FC의 수비진의 약점이 모두 드러난 경기였다. 이정효 감독은 K리그 최고의 전술가지만 그로서도 수비가 이렇게 안 될 지는, 숫자를 두텁게 배치해도 소용 없을 거까지는 몰랐던 듯 하고, 알았더라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 것이다. 상위의 팀 상대로 자신의 경기 플랜을 짜 와서 경기장에서 보여줬고, 선수들도 거친 안티 풋볼 대신 어떻게든 축구 경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값진 경험 - 저 정도 스쿼드가 전력으로 대승을 노리는 상대가 되기 - 를 했다. 너무나 고생했다. 축구 팬으로서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한다.

  6. 현대 축구는, 느리고 피지컬 약한 수비진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이를 다시 절감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