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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아챔 광주FC 대 알힐랄 관전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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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부족이 컸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이정효 감독도 이렇게까지 개인 기량, 속도, 힘에서 모두 크게 밀린다고 예측하지는 못한 듯. 수치로는 알았겠지만 실제로 맞붙어 본 적이 없으니까. 공격, 미드필더진에서는 어떻게든 패스 워크를 해 나갔고 그 과정에서 몇번 기회를 만들기도 했으나 문제는 수비. 느리고 약한 수비진의 수준에 대해 감독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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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힐랄은 방심하지 않고 광주의 수비 약점을 분석해 와서 90분 내내 털었다. 아챔 리그 페이즈에서 대량 득점을 하던 팀인만큼 방심 없이 임했다. 제수스 감독이 이 감독과의 악수를 거부한 것을 보면 이 감독의 발언들에 대한 분노도 있었던 듯. 제수스 감독은 유럽에서 인정받던 전술가다. 전술 조직력에서는 우리가 낫다고 발언했던 이 감독은 모든 면에서 제대로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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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앉았으면 적어도 7 실점은 안 하지 않았을까? 아니오. 세트 피스에서 절대적 약세라는 점을 기억하자. 광주가 라인을 올렸기 때문에 속도전에서 뒤지는 장면들이 나왔지만, 수비적으로 나왔으면 지공 상황에서 기술과 피지컬에서 밀리며 더한 참사를 겪었을 것. 라인을 올리며 맞받아쳤기에 칸셀루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었다. 광주가 알힐랄 상대로 그나마 상대가 되었던 부분은 미드필드였다. 그들에게 공을 내준채 수비를 시켰다면 장담컨데 더 많이 실점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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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힐랄이 교체 자원들이 스탯 쌓을 기회를 갈망하는, 스쿼드가 두꺼운 팀이라는 점이 대량 실점을 불렀다. 3대0, 4대0 정도 되면 주전을 빼고 체력과 부상 관리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데, 유럽파 주전들에게 출전 기회를 뺏기던 교체 자원들은 지치고 멘탈 나간 상대에게 득점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경기수가 적은 8강 단판 토너먼트라는 점 또한 광주에게는 악재였다. 알힐랄은 국대 선수가 서브고, 그들은 기회가 오자 체력 조절 같은 거 없이 득점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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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방심하지 않은 유럽 레벨의 팀에게 광주FC의 수비진의 약점이 모두 드러난 경기였다. 이정효 감독은 K리그 최고의 전술가지만 그로서도 수비가 이렇게 안 될 지는, 숫자를 두텁게 배치해도 소용 없을 거까지는 몰랐던 듯 하고, 알았더라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 것이다. 상위의 팀 상대로 자신의 경기 플랜을 짜 와서 경기장에서 보여줬고, 선수들도 거친 안티 풋볼 대신 어떻게든 축구 경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값진 경험 - 저 정도 스쿼드가 전력으로 대승을 노리는 상대가 되기 - 를 했다. 너무나 고생했다. 축구 팬으로서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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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는, 느리고 피지컬 약한 수비진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이를 다시 절감한 경기였다.